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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Expat Life 외노자의 소소한 일상

< 혼술 이라는 단어도 없던 그 시절 >

부제 : 책 <콰이어트> , 개인적 에필로그 

 

2013년쯤 되었을까? Ted 를 통해 처음 접한 <콰이어트>의 인사이트는 내게 절묘한 타이밍에 강력한 메시지로 다가왔다외국계 회사에 입사한 후 3년차 였던 나는 한국에서와는 달리  참크래커” 같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참크래커” ,,,,. 아무 맛도 내지 않으려 최선을 다한 과자처럼

 

나는 내 성격내 감정내 의견을 꽁꽁 묶어 깊숙히 숨기려는 나를 발견했다.

내 주변은 극도로 활발한 , 사소한 일에 목숨걸고 화내는작은 일에 떠나가라 웃는자기만의 벽이 있는 동료/손님/상사부터 혼자서는 할 줄 아는게 없으면서 목소리만 큰 인간까지모든 종류의 성격적 스펙트럼이 나를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흔한 일이지만, “조용한 아시안”은 오해와 Bully 의 대상이 되기 쉽상이다.

다행히 나는 만만찮은 외모와 탄탄한 “외향성 가면 " 덕에 그런 일이 있진 않았지만조용해서내성적이어서 불이익을 보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보았다.

(물론 잘못건드렸다 착한 독사에 물리는 나쁜 어린양들도 봤다)

 

겉으로는 여전히 활달하게 잘 지냈지만 ( 회사와 내 직업이 원하는 인재상이기도 하며 ) 내 안의 나는 점점 작아지고 조용해졌다내가 쓰는 가면과 실제의 나와의 괴리감이 커져가자 다시 외로움과 공허함이 찾아왔다

한국에서 나와 함께 했던 그 두 녀석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혼술이라는 단어가 있기도 전에 혼술혼밥을 해야하는 일이 많은 승무원 생활에무대의 배우처럼 멋드러진 연기를 끝내고 집으로 올 때면 나의 그림자조차 옅어지는 것 같았던 날들이 있었다.

 

본능적으로 나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그때 만난 책 <혼자 있는 시간의 힘> - 사이토 다카시 와 <콰이어트> -수잔 케인 은 갈 곳 잃은 시선을 내게로 집중시킬 수 있게 했고나아가 나의 무기의 가치를 재발견더 단단하게 단련시키는 길을 소개해줬다. 그리고 책을 읽다 

외국이라 그나마 나았을 것 같다한국에선 동네 과일가게만 가도호구조사 -나이,직업,기혼여부 털리며혼자 밥먹으면 세상 처량한 사람이 되던 때였다 )

 

팀 쿡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때 였지만 그렇게 나는 바닥을 치고 오르기 위해 다시 나와 여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온전한 나를 받아들이게 된 순간”을 맞이했고, 인정하고나자 늘 쓰던 가면을 쓰는 순간에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내가 되었다.  

( 가면을 완전히 쓰지 않고 살아갈 순 없다 ) 

 

나의 고유성을 다지고 나니 , 이 피와 화도 들끓는 청춘들내 동료들속에서 나를 지키고그들을 이해하는 방법을 넘어 다룰 수 있는 노하우도 고민하는 힘이 생겼다특 히 140개국의 동료들과 승객을 만날 때면 나는 위치장소 시간 구성원에 따라 . 1 10역을 하는 역할극 배우처럼 변화무쌍한 능력을 키워갔고 나의 강점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도 그들과 잘 지내는 법을 찾아갔다.

 

사람의 성향은 상대적인 것이기에이 그룹에서는 내가 상대적으로 외향적일 수도상대적으로 내향적일 수도 있게 된다서울에서 나는 수다쟁이 나 일 수도 있고미국에서의 나는 소심한 나 일 수도 있으며, 아침에 나는 조용하고 자정의 나는 화려할 수 있다. 어느 날은 클럽에서 5시까지 놀고어떤 날은 호텔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적도 있다. 모두 이다.  전에는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지만, 이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이해하자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날의 나의 마음감정 상태에 따라 내게 맞는 “환경” 찾아 눈치보지 않고 충전하는 법을 연습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아온 습관은 내가 노력한다고 하루아침에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정도가 지나치지 않다면 상관없겠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내 인생을 살아가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나도 모르게 타인이 기대하는 나, 능력, 인생을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기 때문이다. 

- 그렇기에 내게 스티브 잡스의 연설이 용기로 다가왔으리라.

 

나는 한국에 있는 그 시간동안에도 처절하게 싸웠다. 내 목소리, 내 생각을 따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노력을. 

하지만 그 뒤로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100%,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자유롭지 못하면, 내가 어디에 있든 나는 새장에 갇힌 새와 같다. 

누구도 내게 말하지 않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지만, 그 곳에서 여전히 나는 내 머릿 속 "타인의 시선"과 결투를 해야한다. 

이러한 결투에서 서서히 이겨나갈 수 있었던 계기가 된 책이 <콰이어트> 와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이었다. 

 

그러고  Anytime, Anywhere, 나는 충분히 행복한 내가 되어 나를 즐길 수 있었다 ( within my boundaries ) 

 

 

그렇게 나라는 사람의 스펙트럼을 자연스레 넓히고, 충전할 순간에 충전해주니 ( 본문에선 회복환경이라 표현된다) 어느 덧 나도 성장하고 주변은 내 입맛에 맞는 playground 로 변해 있었다.

 

 < 콰이어트> 는 내/외향형 기질을 구분함에 있어 문화적 차원에서 그 기질을 둘로 나누었다고 책의 마지막에 설명한다.

나는 이 부분이 간과되지 않기를 바란다. 인종별, 국가별, 지역별, 그룹별, 내 유전적 성향별 너무 많은 곳에서 내가 다르게 분류될 것 이다. 당신은 아직 당신을 다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의 기본적 기질을 이해하고, 나와 다른 기질을 함께 이해하면,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도 "상대적"으로 그 안에서의 역할과 포지셔닝이 잘 잡힐 것이다. 

 

미래의 외노자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이 책과 '상대성 이론 (위)"는 당신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함에 있어 초반의 시행착오기간을 반 이상 줄여줄 것이라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