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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mic Soul Food -외노자의 서재

"Don't worry, I know How to surf on the wave "

 

깐깐하고 꼬장꼬장한 포스를 풍기는 조던 피터슨의 사진 옆에 이런 글귀가 써있다.

 

왜 전 세계 젊은이들은 조던 피터슨에 열광하는가

전 세계를 뒤흔든 전 하버드 대 심리학과 교수의

불확실한 인생을 꿰뚫는 최고의 명강의

 

책을 읽기 전에 나는 항상 표지에 어떤 수식어와 내용이 저자와 책을 설명하는 가를 유심히 본다. 책 제목이야 이루말 할 수 없고!

핵심 내용에 대한 힌트이자 내가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문구이길 기대하며  

 , 이렇게 소개했구나. 오케이. 한 번 읽어보면 더 잘 알겠지

무덤덤하게 책을 읽기 시작한다.

 

12가지 인생의 법칙 -혼돈의 해독제 

                            조던 피터슨 

 

피터슨 교수는 이 책에서 12가지 자신이 중요하다고 믿고 우리 모두가 지켜줬으면 하는 법칙에 대해 설명한다. 이 법칙들이 우리가 혼돈 속에 있을 때 하나하나 그 속을 헤쳐나가는 도구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개인의 의견이지만 심리학과 교수이자 임상심리학자였던 피터슨 교수는 단순한 의견의 수준이 아닌 실용적인 사례들도 함께 섞으며 자신의 법칙에 힘을 실어간다.

여느 이런 법칙, 조언에 관한 책과 같이 나열된 법칙 12가지를 읽으면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쁜 짓을 하라고 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

법칙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법칙 2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법칙 3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법칙 4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

고개가 끄덕여 지지 않나? 그리고 그렇게 새롭지도 않다.

그때 7살 조카가 물어본다고 하자. ? 왜 그래야 하는데? ( 나를 미치게 했던 왜요병.. )

 

그 순간, 우리는 고개를 끄덕 끄덕 할 만큼 위 법칙들에 동의하고 왜 그래야 하는지 아는 것 같지만 ( 알고 있고) 누구에게 설명 하기에는 너무 난해한 주제라는 걸 마주하게 된다. 설명할 수 없는데, 내가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분명 동의하는데 어디서 어떤 근거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차라리 누가 블락체인을 설명하라면 그게 나을 수도.)

그것이 이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을 잘 살게 해주는 법칙 같지만, 이 책은 우리가 통념적으로 알고 있고, 믿고 있는 진실 또는 도덕성, 관념과, 마주하고 싶지 않아 이불로 덮어둔 추악한 나의 본성, 우리의 본능에 대해 낱낱히 파헤치는 책이다.

불편하다. 그래서 중요하다.  

 

 

그래서 서평을 쓰는 이 순간도 내게는 너무 괴로운 주제다.

쉽게 요약해서 책을 설명을 해 나갈 수 있지만, 그것으로 책의 깊이를 전달할 수 없을 듯 하며, 뻔한 내용처럼 보여 이 책을 안 읽어도 되겠다고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다.

고민끝에 내가 마주한 혼돈의 순간과 빠져나온 일화를 곁들여 피터슨 교수의 법칙 몇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퇴사를 결심한 후에도 나는 몇 달간 피할 수 있지만 피하고 싶지 않은 싸움을 해야했다. 평소의 나와는 매우 다른 결정이었고 , 힘겹게 눌러놨던 파이터로써의 나를 깨워야했다.

 (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평소와 다른” “ 힘겹게 눌러놨던이다 )

 

결과 역시 정해져 있는 전쟁에 나는 왜 참전을 결심했을까.

모두가 의미없는 일이고 네가 얻을 것도 없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왜냐면 나도 항상 그 그룹에 있었기 때문이다. I was the one of them too.

누가 보면 정의를 부르짖는 것 같아 보였겠지만 사실 나는 그런 것에 열폭하는 사람이 못된다. 부끄럽지만 관심이 1도 없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잘 맞다.

그런 내가 이번 만큼은 다른 선택을 하고 싶었다.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로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그동안 침묵하고 방관했던 내 지난 행동들에 대한 책임말이다.

 

무슨 일인지 모르면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겠지만 그 기분만큼은 모두 알지 않을까 ?

삼성을 상대로 내가 작은 소송을 준비 한다거나 정부기관에 부조리를 지적 한다거나 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친구에게 섭섭한 마음 하나 말하는 것에서도 우리는 침묵하는 것이 훨씬 쉽고 편하다는 것을 알 고 있다.

억울하고 속이 쓰려도 소주 한 잔에 털어버리기를 얼마나 오래, 자주 하였던가. 그런데 정말 그후 당신은 괜찮아졌나?  

 

불편한 선택인 싸움의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같은 나 였지만 새로운 나로 변해갔다.

 

법칙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상사가 예정에 없던 미팅을 하자고 해도 심장이 철렁한다.

무슨일이지? 쭈그리 모드 발동.

갑과 을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순간들이 있지 않던가!

헌데 회사를 상대로 내가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하는 건 생각만으로도 다리가 떨리는 일이다.

그들은 잃을 게 없는 미팅이지만 내게는 잃을 것이 있는 대결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내 얼굴에 어떠한 불안과 걱정도 담고 싶지 않았다.

이를 위해 2가지를 수행했다.

1.     내 주장의 타당한 근거 찾기

내가 믿는 느낌 말고, 근거로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료를 찾고 회사 내규와 노동법을 찾으며 내 주장에 대한 타당성과 근거의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상대의 근거도 예상하고 어떻게 반박할 것인지 연구할수록 자신감이 높아졌다.

2.     법정 드라마 시청

어떻게 더 설득력있는 말투와 표정으로 내 내용을 전달할까. 나는 서비스 업을 하는 사람이라 친절함이 영어에 베어있어, 그 부분을 바꾸고 싶었다. 나를 변호하는 변호인이라면 그들의 모습을 내 안에 담아 미팅에 함께 하고 싶었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엄중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이며, 혼돈의 질서를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 따라서 자세부터 반듯하게 바로잡아야한다. “

우리가 삶의 요구에 자발적으로 응답하면 신경계가 완전히 다른 식으로 반응한다. 바라는 것이 있으면 그럴 권리를 가진 사람처럼 당당하게 요구하라. 세로토닌이 신경회로를 타고 충분히 흐를 것이고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다

 

법칙 1의 내용을 보면서 단순한 자세의 문제가 아닌 정신의 문제를 설명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내 의지를 표현하기위해 당당한 자세와 말투를 장착했다.

결과의 여부와 상관없이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미팅에서 놀라고 당황한 쪽는 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미 머릿 속에 그저 한 명의 직원 ()” 으로 생각하고 서열을 정해놨던 그들은 내가 동등한 입장에서 미팅을 이끌어 가는 것 만으로도 당황했다. 내가 가진 지식이 며칠사이에 얼마나 많이 변했을까? 사실 많은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의 결연한 의지가 표출되던 나의 꼿꼿한 모습에서 의문의 1패를 당했다. 그리고 내 말을 철저히 듣고 반박할 내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왜냐고? 질 것 도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였지 않았을까?

그렇게 우리의 긴 전쟁은 시작되었다.

 

초반에 언급하였듯 결과는 정해져 있는 싸움이었다. ( 결과 = 퇴사 )

하지만 나는

지금 사표를 내는 대신 몇 개월간의 싸움의 끝까지 가보기로 결정했다.

결국에는 떠날 회사이지만, 처음에는 분노와 복수심에 싸움을 생각하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조던 피터슨의 말에 따르면 세상을 탓하고 있었을 테니. 매일 매일 화가 더 쌓여갔다.

하나부터 열가지 더 분노하고 보복하고 비난하고 픈 일들만 보였다. 오히려 싸움을 결정하던 순간보다 더 괴로웠다.

나는 살면서 누구나 그러하듯 내가 따르는 법칙이 있다 가치관이라고 불러도 좋고.

그 중 하나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닌가 “ “ 내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인가 아닌가이 두 질문을 통해 나의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것이다.

빠르게 상황을 분석하고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인다. 역시 감정도 잘 다스려진다.

다행히 그 간의 연습때문일까 며칠이 지나자 시선이 나에게도 돌아왔다.

 

법칙 4.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당신의 삶을 깨끗이 정리했는가? 그렇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당신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당장 중단하라. 그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이미 알면서도 그 행동을 합리화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

자본주의나 정치권을 탓하지 마라. 당신의 적들을 욕하지 마라.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당신 양심과 이성이 시키는 일만 하라. 머릿속을 거짓으로 채우는 걸 중단하면 머릿속도 정돈되기 시작한다.. (중략).. 세상을 탓하기 전에 당신의 방부터 정리하라

 

나는 내 현재의 시간이 더 아깝고 소중하다. 그런 감정에 소모할 한 톨의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화가난 감정을 다스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이럴 때 나는나도 완벽한 인간이 아니다 “ “나도 실수를 한다라고 되뇌인다.

내가 잘못을 하 듯 타인도 ( 다른 집단도) 잘못을 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게되면서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 실수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칙 4번을 읽으면서 나는 위 생각이 그 맥락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내 방부터 정리하라는 말처럼 시선을 내게로 돌릴 수 있다면 당면한 과제를 감싸고 있는 악한 감정이나 충동들이 스스로 걷히게 되어, 처한 상황의 본질을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이미 화가 난 사람한테 눈에 보이는 것이 있을까?

이성의 언어가 들리기나 할까?

본질을 보지 못하면 해결책이나 대처하는 방법도 찾기가 어렵다. 혹은 엉뚱한 방법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내 삶을, 내 방을 정리하면서 우리는 인생에 피할 수 없는 비극에 ( 피할 수는 없지만 ) 좀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피터슨 교수는 말한다. 비극을 그저 비극으로만 머물도록, 그 비극이 불지옥으로 변하지 않도록 자신을 조절하는 법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이 말은 혼돈 속에서 살아남는 기본자세와 같은 말이다. 기본 중의 기본.

 

이렇게 의연하게 처리할 기본 자세를 갖추었을 때,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쉬운 길이 아닌 의미있는 길을 선택했다 ( 법칙 7)

위에서 내가 참전에 결정한 이유로 의미있는 일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그것도 좋은 사회와 인류, 조직문화 등의 거창한 것에 대한 책임감이 아닌

내가 그동안 침묵하고 방관했던 내 지난 행동들에 대한 책임말이다.”

 

모두가 말해봤자 소용없고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 역시도 그렇게 말하고 방관해왔다.

부질없는 곳에 에너지 낭비하지 말고 털어내라고 했다.

이 그 글이 영어로는 “Move on” 이면 된다.

얼마나 짧고 간결하며 말하기 쉬운가.

 

그런데 내가 그 피해를 입는 당사자가 되자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대한 잘잘못을 떠나

이렇게 회사의 내규와 방식이 고착되어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왜 내게만 이상한 거지? 이게 상식에 맞다고 생각하나? 하늘의 법도 아닌 회사 내규에 대한 당위성, 정당성에 대해 단 한 명도 의문을 갖지 않는 거지?

그리곤 불편한 진실에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회사가 그렇게 행동하도록 하는 것에 일조했다.

회사 규정이라고 들이밀 때 그 타당성에 대해 질문하지 않고 따라왔고, 동의하지 않지만 받아들였다. 회사 내규, 법이라 해도 그것은 도구이다. 본질이 아닌. 그 것을  만들게 된 배경을 보호하고 보장하기 위한 것이란 말이다. 하지만 나 역시 편의주의 또는 개인주의에 따라 침묵하고 용인했다.

그 시간들이 모여 결국 내게 벌어진 것이다.

 나의 내면에 감추어진 비겁함과 악의, 원한과 증오를 인정하라. 남을 비판하기 전에, 세상의 잘못을 바로 잡겠다고 나서기 전에 나이 잔혹한 심성을 살펴라. 어쩌면 세상이 잘못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모든책임이 나에게 있을 지도 모른다. 내가 성공하지 못한 탓일 수 있다

결국 나도 세상이 사악해지는 데 한몫 거든 것이다

 

부인할 수 없었다. 직무유기와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나도 내 직무에 충실하지 않았다.

부당한 것에 부당하지 않았고, 회사가 잘 되는 것에 세심하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로지 하나의 편의와 ( 고작 넓혀도 나의 사람들까지 ) 삶의 충만함에만 관심을 두었다.

 

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자 내가 처한 상황이 또 다른 각도로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한 행동에 책임을 지고 싶다. 그리고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하는데 조금이라도 이바지 하고 싶다.

나 하나의 아우성으로 한 번에 달라질 순 없다 .아니? 그런일이 있었는지 모르게 지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침묵했던 나를 돌아보며 다른 사람들도 혼자이기 때문에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뻔한 말이지만. 계속 떨어지는 물방울에도 그것이 계속되면 바위는 그 홈을 내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나의 목표는 모든 절차를 다 밟아, (?!)을 알고 그 절차가 정당하고 적접하게 이루어졌는지 증명하고, 그 내용을 동료들에게 공유한다 였다. 문제를 제기하며 각 관련 부서에 question mark 를 던지는 것 자체로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했고, 내가 얻는 정보와 경험은 내 동료들에게 언제가 그들이 싸워야 할 때 가이드의 역할과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사의 내규의 옳고 그름은 그 다음의 문제였다. 그것은 대중의 판단이 회사와 달라도 인정받기 쉽지 않게 때문이다.

 

책에서 법칙 7번은 인간의 자의식에 대한 얘기로 시작되어 편의주의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어렴풋이 겪어가며 싸워가고 있었지만 그 부분을 나 스스로 정확히 설명할 수 는 없었다.

주변에서의 지지도 없었고, 안쓰러운 시선이 더 많았고, 무엇보다 고단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하루에도 열두번씩 왔다.

그 결과가 나 혼자만을 위한 일이었으면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일의 의미가 있었기에 나는 버틸 수 있었던거 같다.

그럼 내가 만약 책임이라는 단어가 아닌 의미만 떠올랐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역시 포기했을 것 같다.

7번 법칙을 온전히 이해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내가 방관한 세계에 대한 책임감의미있는 하루, , 세상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가르침이라 생각한다. 그래야 의미있는 길을 꾸준히 갈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끝을 보고 온 지금의 나는, 아직 몸과 마음의 기력이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내린 선택에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 그리고 나의 이런 노력으로 나는 얻은 것이 없지만, 다른 불쌍한 양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기대하지 못한 결과이며 나 역시 행복했다 )

 

그렇다면 내가 혼자 고군분투하는 동안 한국에서 우리 부모님은 어떤 날들을 보내셨을까?

나는 원래 조잘조잘 여느 딸 처럼 수다를 떠는 아이가 아니다.

어느날 아빠가 나는 아들만 둘이야라고 했을 때 내가 같이 호탕하게 웃을 수 있었던 것은

나도 인정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빠야 워낙 세세한 일에 관여를 안하시니 내가 쫑알쫑알하지 않다는 것에 조금의 불만이 있을 뿐 다른 불만은 없으셨지만 엄마는 달랐다.

 

어느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우리 엄마또한 세상에서 가장 강인하고 인자한 분이시다.

사실 아빠보다 훨씬 강인하고 지혜로운 사람 (아빠미안) 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미치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우리 엄마의 염려증” “ 걱정 만들어 걱정하는 걱정증이었다.

다른 부분에서는 발휘되지 않는 저 두 성격이 오직 자식일에는 극도로 발휘된다.

특히 !” 에게는 더욱 더!

 

세세히 말하는 성격이 아닌 나와 하나부터 열까지 알고싶은 엄마는 항상 투닥거린다.

아는 것을 일일이 말하는 것이 귀찮은 것도 있지만, 내게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 엄마 귀에 들어가면 세상 큰일로 둔갑하는게 싫었고, 나는 걱정없이 잘 사는데 엄마 눈엔 걱정 투성이로 보이는 내 상황이나 생활방식에 대한 엄마의 쓸데없는걱정을 잠재우려 노력하는게 싫기 때문에

나는 점점 함구하고 엄마는 점점 캐묻는 관계로 25년 정도 살았고 친구 같은 엄마를 꿈꾸는 엄마는 늘 내게는 경찰관 같았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개선해보고자 결의를 하고 시작한 10년 간의 나의 트레이닝덕에 엄마와 나는 적당이 서로 타협한 정보공유를 통해 현재는 사이가 매우 좋다.  

그러다 이번 일이 터졌다.

아빠는 침묵이 때로는 금이니 속상하지만 참고 용서하고 돌아오라고 하셨고, 엄마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엄마의 분노보다 속상함이 더 걱정이 되었다.

얼마나 속상해하고 계시며 슬퍼하고 걱정하고 계실지 상상이 되기 때문에 너무 죄송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겪을 상심을 생각하며그것 때문에 속상해하는 엄마.  

나는 두바이에 묶여 있었고 엄마는 보러오지도 못하는 딸을 생각하며 가슴에 한이 맺히셨을 것이다. ( 큰일은 아니지만, 회사 내규상 나는 두바이를 떠날 수 없었고, 엄마는 공포증이 있으셔서 나 없이 혼자 비행기를 타지 못하시는 분이다. )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자신을 탓했을 것이고 , 회사에 분노하셨을 것이고, ( 엄마 상상속의 나는 이미 세상 슬픈 얼굴을 하고 있을 테니 )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딸을 생각하며 가슴을 쳤으리라.

 

그리고 어렵게 우리는 재회했다.

휴가를 떠난 친구가 엄마를 모시고 두바이에 온 것이다.

엄마의 모습은 5년은 더 늙은 신 듯 보였고 눈에는 걱정이 한 가득하셨다.

나를 보자마자 이제 보니까 그래도 한 결 낫다고 하셨지만, 말하지 않아도 엄마가 얼마나 힘드셨는지 알 것 같았다.

 

다시 나는 어린 딸로 변해 있었다

엄마는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하지 못하게 손 수 다 하시려 했고 보호하려 했고 돌봐주려했다.

예상한 모습이지만 결국 3일째 되던 날 나는 폭발했다.

둘이 공원을 파워워킹으로 돌며 마구 싸웠다.

주로 내가 말하는 것이지만.

요지는 엄마가 도와주고 싶어도 엄마 방식으로는 저를 도울 수 없어요 였다  

나는 엄마의 보호막이 필요없어요. 왜냐면, 그 보호막은 나를 전혀 보호해 주지 않아요.

내가 아파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약을 바르시지만 내가 아픈 곳은 거기가 아닙니다.

엄마의 상상 속의 저를 두고 걱정과 불안을 키우지 마세요

저는 정말 괜찮아요!

 

내가 처한 상황은 사실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다. 내가 살면서 겪은 최악의 해 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정말 괜찮았다. 무엇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지 어렴풋하게라도 알고 있었고 확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해야할 것이 너무 많았다. 어렵고 고단한 시간이었다.

그 속에서 내가 엄마가 걱정할 텐데 그 걱정을 어떻게 줄이지라는 걱정과 고민까지 얹지 말아달라고 나는 부탁했다.

내가 원하는 건 그거에요. 엄마가 걱정이 되는 맘이 들어도, “아니야, 우리 딸은 잘 하고 있겠지, 내가 이렇게 딸땜에 힘들어하는걸 원치 않으니까. 맘 놓아보자.” 이렇게 나를 도와주세요. 라고 말했다.

 

내일이면 마흔이어도 어쩔 수 없는 가보다.

자식은 늘 어린 자식인 것이다.

내가 40년 가까이 노력했으나 여전히 부모님의 보호벽은 짱짱하게 살아있더라.

이렇게 다 큰 성인인데어린 아이였을 땐 오죽했을까?!

( 그날의 파워워킹 후 우리는 스트레스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법칙 11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는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내가 넘어지고 쓰러져야 어떻게 안 쓰러지고 다음에 잘 탈 수 있는지 알수있다.

간접경험으로 누가 가르쳐줘서 알 수 있다면 나는 이미 박태환이자 김연아가 되지 않았을까?

이 장에서는 문장 그대로가 의미하는 보호본능에 대해서 언급하며 더 나아가 인간 개인의 위험을 즐기고 도전하고 한계를 극복하려는 본능에 대해 나온다. 너무 안전하면 재미가 없다. 자녀도 그러하다 스스로 배워야만 하는 것이 있고 그 속에서 한계를 넘는 재미를 얻게 된다.

그러니 그 재미를 빼앗지 말라.

( 자녀를 두었다면 법칙 5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 단순한 체벌에 대한 파트가 아니며 당신의 자녀를 사회에서 강하게 살아남게 하기 위한 보호법이 설명되어 있다 )

 

지금까지 설명한 법칙 말고도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법칙은 하나하나 그 의미가 깊고 방대했지만 메시지는 간결했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 To be a better person than yesterday “ 를 삶의 좌표로 살았기에 법칙 4, 한국을 떠나 나와 비슷한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며 법칙 5, 9 의 가치를 알고 있다.

여유로운 외국인들의 자유분방한 삶의 태도와 천진 난만함을 볼 땐 법칙 12 가 생각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법칙을 잊어도 좋다.

내가 경험하고 내린 결론과 이 책에서의 핵심 메시지는 하나로 귀결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 그리고 우리가 삶을 잘 살아가는 데는, 아니 혼돈과 질서가 공존하는 이 세계에서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밸런스를 잘 맞추면 된다는 것이다.

관계 속이라면 어디 까지 너와 내가 서로 양보 하고 타협할 수 있을 것인가,

꿈과 목표에 관한 것이라면 어디까지 내가 안전함을 유지하며 도전도 감행할 수 있을 것인가

내 안의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 역시 그 밸런스를 잘 맞추어야 한다.

하지만 그 중심이 맞는 곳을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 라고 묻는 다면

두가지 키워드는 default로 함께 하길 바란다.

1.     정직해라.

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타인에게도 솔직해라.

우리의 양심이나 관습이 네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나 말을 알려준다.

어떤 선택이 네가 스스로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그렇다면 솔직하게 그 말에 따라라. 남 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솔직한 삶을 살아라. .

2.     유연한 사람이 되라 ( 춤을 추듯)

고체 같은 생각과 몸을 가진 사람이 있다.

현재 그 자리 말고는 쓰일 곳을 찾기가 너무 어렵지 않을까?

나를 원하는 형태로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고무찰흙이라 생각해보자

생각또한 !” 딱딱한 잣대를 대기전에 끝까지 들어보고 이해하고 포용도 할 수 있는변화무쌍한 존재로 생각하자. 생각만 그렇게 해도 이미 내 몸이 유들유들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왠지 모르게 나는.. 고스트 바스터즈 영화의 먹개비가 항상 생각난다 )

 

소식을 들은 친구들에게서

괜찮아?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꺼야? 계획이 뭐야? “ 이런 질문이 쏟아질 때

나는 이렇게 답했다.

“ Don’t worry. I know how to surf on the wave “

그것이 혼돈이든, 질서라는 이름으로 오던, 중요한 것은 내가 그 파도를 잘 타는 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렇다고 믿어야 한다. 

Surfing 을 배워 본 적이 있다면 더 이해하기 쉬울 테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다.

어떤 크기의 파도가 어떤 속도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 지 모르지만

우리는 보드에 올라탄 순간, 내 몸, 발 손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세밀히 느끼며 그 속에서 발란스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언제나 같은 방법이 나의 균형을 보장해 주지 않는 다는 것도 알고 있다. 삶을 대하는 자세도 그러하고 특히 내가 외국에서 8년간 140개국의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외노자 로서의 생존키또한 그것으로 꼽는다.

유연함과 무엇이 오든 내 최선을 다해 이것을 지키겠다는 자세면 충분하다. 그리고 정직함! 

그렇게 나는 다음 파도를 탈 준비를 마쳤다.

 

PS ) 내게는 바다가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떨어지면 풍덩하고 올라오면 그만 인 safe zone 이다

      땅은 그렇지 않다 . 살짝만 넘어져도 상처나고 부러질 것같아 두렵다. 

      내가 마음 껏 바다에서 서핑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은 바다에 대한 "안전한 믿음" 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주한 세상이나 마주할 상황이 그런 믿음을 주지 못할 수 있다

      12가지 인생법칙을 읽으면 적어도 그 불안을 조금은 잠재울 수 있지 않을 까 싶다. 

 

총평 ) 

 책을 다 읽은 후 나는 전보다는 분명히 조카의 에 대한 답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우리가 규범을 따라야 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하는지 "도덕적"인 부분도 조금 건드리면서. 

이 책은 단순히 어떤 도움을 주는 몇가지 원칙을 설명한 책이 아니.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 저자의 지식의 범주와 깊이에 한 번 놀랐고, 그 통찰력에 감탄했다 조던 피터슨, 이라는 사람에 대한 경외감마저 들 정도였고, 무엇보다 그의 설명하는 능력에 대해 나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왜 그래야 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위대한 철학자들을 초대하고, 성경을 소개하며, 신들의 일화와 더불어 자신의 일상도 들여온다. 나는 종교가 없고, 신화를 알지 못하며 전체주의나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지만

오히려 그 점이 이 책을 이해하는데 편견없이 본질을 볼 수 있게 해줬다고 생각한다

( 종교적 신념과 패미니스트 관점의 가드를 내리고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글의 내용은 그것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아닌 도구로 사용된 것이므로 ) 

개인, 나 라는 사람의 삶을 잘 꾸려가기 위해 나는 그 이상의 존재와 관계와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다. 

어렵지만 꼼꼼히 참고 문헌도 찾아보고 싶은 책이며 " 이 세상에 내가 존재하여 더 좋은 세상이 되게 하고 싶다"라는 잊었던 사명감이 내 마음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한줄평 ) 이렇게 한 줄평이 쓰기 어려울 수가. 

 

진짜 한줄평 ) 목적지도 없이 오로지 나침반만 가진 채 돛단배를 띄어도 멋드러진 인생 항해를 할 수 있는 방향키 1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