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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mic Soul Food -외노자의 서재

아직도 못쓰겠어? 다시 확인해봐 (글쓰기 초보에게 주는 3가지 조언)

처음, 설레임

요즘 내 인생에 “처음”이라는 단어로 시작되는 경험이 많아지고 있다. 첫 서평, 첫 독서 토론, 그리고 글을 쓰고 싶다는 첫 욕심도 그중 하나다(이유는 안알랴줌). 첫 키스만큼은 아니겠지만,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건 유난히 내게 깊이 각인되어 머무는 것 같다. 지난주 만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책과 <잘 팔리는 글쓰기> 모임 역시 그런 의미에서 내 주변을 졸졸 쫓아다닌다. 무슨 생각을 하면 윤 PD 님 목소리가 들리고, 유시민 작가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고 오늘, 강원국 작가의 < 대통령의 글쓰기>를 읽으니 좌석을 더 늘려야 하나 생각하게 된다. 다행인 것은 그분들이 모두 “하나의 일관된 방향으로 글 쓰는 법을 알려주신다는 것! 결국 나는 방황하지 않고, 그분들의 가르침을 내 것으로 만들어가면 된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유시민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못난 글은 다 비슷하지만 훌륭한 글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 “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못 쓰지만 말라는데도, 거 참 어렵네~! 


<대통령의 글쓰기 > -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어떻게 써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대한민국 최고의 연설가, 두 대통령에게 배운다 청와대에서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던 저자가 8년간 두 대통령에게서 직접 보고, 듣고, 배운 ‘말과 글’에 관한 최초의 책! 대우그룹 회장과 효성그룹 회장의 연설문도 작성했던 저자 강원국은 한국의 정치와 경제 분야 ‘거인’들의 연설문을 책임져 왔다. 연설문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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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이터(Ghost writer), 강원국

대통령은 말을 통해 자기 뜻을 밝히고 나라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그 말은 글에 기초한다. 저자 강원국은 8년 동안 대통령의 말과 글을 쓰고 다듬었다. < 대통령의 글쓰기>는 글을 잘 써 연설비서관실에 들어간 저자가 두 대통령께 배운 글쓰기 특강을 녹여낸 책이다. 연설비서관에게는 말하는 자(연설자 : 대통령)의 생각과 의견을 담고 연설자의 스타일에 맞는 글을 써내는 것. 그 글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고스트 라이터 라고 표현했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서도 저자보다는 두 대통령과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다. 글 쓰고 싶은 욕심만 있고, 기본도 모르는 사람의 기준에서 3가지 가르침을 적어봤다. 시작단계에서 겪는 방황에 관한 팁이다.

그러니까, 하나씩 실마리를 찾아보자고! 

 

1.     취하고 버려야할 욕심

야구선수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공을 칠 수 없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도 딱 하나다. 욕심 때문이다. 잘 쓰려는 욕심이 글쓰기를 어렵게 만든다

대통령이란 얼마나 민감한 위치인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 중요성은 당연하고 단어 하나, 늬앙스 하나로도 각 당과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다. 심사숙고의 끝판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연설문을 쓰던 저자는 책 첫 장에서 욕심을 버리란다”. 유시민 작가와 통화하셨나? , 취하고 버려야 할 욕심이 있단다. 바로 어떻게 쓰느냐무엇을 쓰느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욕심이다. 미사여구, 어떻게 하면 있어 보이게 쓸 것이냐. 이런 문제는 부질없는 욕심이다. 버려라. 그러나 “ 무엇을 쓰느냐” 에 대한 고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나는 화려한 문장을 쓰지 못해 글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 욕심은 (적어도 아직까진) 없다. 유시민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도 잘 공감이 가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이제야 조금 더 분명히 이해됐다. 내 욕심은 가지고 가도 좋다. 그리고 하나 더, 내가 글쓰기가 괴로웠던 이유도 찾았다. “ 무엇을 쓰느냐를 내가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명 나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2.     써서는 안되는 글도 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없는 글은 글이 아니다” – PD-

11 서평을 한 지 4개월 째를 접어들었다. 첫 주보다 조금은 글의 구조를 생각하는 능력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책 한 권을 읽으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이 생각났다. 쓸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쓰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고민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답은 간단했다. 주제 하나씩 여러 개의 글을 쓰면 된다. ( 게을러서 못하는 거다). 사실 주제를 잘 찾지도 못한 것도 있다. 단문으로 써라 문단에 주제 하나씩. 이라는 말은 무엇을써야 하는지 헤매는 내게는 다음 차원의 조언이었다. 그런 내게 노무현 대통령이 단호히 말해준다.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은 써서는 안되는 글이네   <대통령의 글쓰기>  

내 글은 써서는 안되는 글이었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내게 말하고 있다. 나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고민과 반성도 하고 방법을 찾으려 시도도 많이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헤매는 걸까? 지난주 씽큐베이션 모임에서 한가지 이유를 찾았다. 시작점이 잘못됐다. 나는 서평이라는 틀을 잘 못 이해하고 있었다. 시선을 에 먼저 뒀다. 요약과 내 글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고 할까? 서로 잘 섞이어야한다는 건 안다. 그런데 한 곳에 중심을 잡고 가야하는 글에서 내 시선이 자꾸 흔들렸다. 내 의견을 중심으로 쓴 날은 왠지 모르게 죄책감도 느껴졌다. 영화평을 쓰시는 윤 PD님의 말씀이다. 영화를 보고 나와 자신의 감상평을 빠르게 몇 문장으로 쓴다. 예를 들면 자신이 왜 이 영화에 실망했는지 쭉쭉 써 내려간다. 그 후 영화에서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내용, 장면들을 고른다. 그렇게 살을 붙여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유레카!” 나는 정반대로 하고 있었다.  읽은 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무엇을 쓸 것인가였다. “책이 무엇을 말하는 가가 아니라. 물론 안다고 바로 훌륭한 글을 쓰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 문장으로 주제 뽑기하는 날이 조금은 더 가까이 온 것 같다

네! 말씀해주세요! 궁금합니다

3.     방황할 때 기억하자 - 독자가 모든 답을 알고 있다. 

오래전 초식 공룡을 사랑한 육식 공룡이 있었다.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열심히 사냥해 고기를 잡아 초식 공룡에게 가져간다. 초식 공룡이 입에도 대지 않자 슬퍼하며 돌아오는 그런 영상이었다. 그 웃푼(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영상에 우리 아빠는 큰 충격을 받으셨다고 했다. 자신이 열심히 행해온 사랑 방식이 그와 닮았다고 느끼셨단다. 그 뒤로 나는 가끔 아빠한테 어 또 육식공룡~?!” 하며 위 내용을 상기 시켜 준다. 어쩌면 우리 모두 삶의 어느 부분에선 저렇게 행동하지 않나 돌아보게 된다. 글쓰기 관련 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공룡 생각을 했다.

글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것은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몫이다

글을 쓰다 보면 나처럼 시작점이 틀려서이든, 담고 싶은 생각이 많아서든, 맞는 단어를 선택하지 못해서든. 방황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당신! 글을 읽은 대상, 연설을 듣게 될 당신! 이다. 이 글을 읽고 싶을까? 이해가 될까? 이 방법이 좋을까? 당신을 생각하며 글의 방향을 정해가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두 대통령님의 노하우를 공개한다.

첫째, 쉽고 친근하게 써라. 중학교 1~2학년도 이해할 수 있도록 써라. 둘째, 명확하게 짚어줘야 한다. 분명한 단어와 구조로 읽은 사람이 척 보면 알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과욕은 금물이다. 집토끼 산토끼 다 잡으면 복잡해진다. 넷째. 독자를 믿고 구구절절 쓰지 말고 간결하게 써라. 그리고 하나 더! 반걸음만 앞서가자. 얼마만큼 따라오는지 중간중간 살피고, 잠시 멈춰 들어줘라. 쓰는 사람 입장에서 하는 배려가 아닌 아예 읽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독자를 배려하는 마인드도 아니다. 아예 읽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 그 무게가 느껴졌다.


자신만의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가 왔다. 너도, 나도 작가와 유튜버, 크리에이터를 꿈꾸고 꿈꿀 수 있는 시대다. 꼭 목적이 그 곳에 있지 않아도 자신만의 콘텐츠라는 말은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돌아보게 해준다. 나는 요즘 체인져스 x 베스트셀프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나에 대해 발표를 해야 하는데, 벌써 2주째 미루고 있다. 내 블로그에 쓰는 서평이야 버리면 그만이다. 그런데 영상을 찍는다 생각하니 (대통령님 만큼은 아니겠지만) 더 집중해서 물고 늘어지게 됐다. 어떤 주제를, 어떻게 구성해서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글을 쓸 때는 생각의 중심이 나에게 있었다. 이상하게 영상을 생각하니 시청자가 중심으로 들어왔다. 내 생활에 독자보다는 시청자역할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분량은 정해져 있었다. 10~ 15분짜리 영상이다. 내 초고를 보니 수 십 가지 주제가 있더라. 뼈를 깎듯 내용을 지워갔다. 꼭 해야 할 것 같은 말이 너무 많았다. 그러던 중 유시민 작가를 만났고, PD님을 만났다. <대통령의 글쓰기>까지 만나니 내가 할 일이 더 분명해졌다. 내가 체인지그라운드 시청자라면 어떤 내용을 궁금해할까?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나? 묻고 또 묻는 것. 결과적으로 내 발표가 엉망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2주 전보다 나는 좀 더 분명한 주제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독자” 가 되어보지 않은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독자” 가 되는 것.

살아온 날을 보면 살아갈 날이 보입니다

유시민 작가도 글은 삶으로 쓴다고 했다. 진정성 있는 글은 진정성 있는 삶과 생각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대통령의 글쓰기>는 분명 글을 잘 쓰는 법을 배우기에도 좋은 책이다. 글 시작하는 법 16가지, 끝맺는 방법 12가지, 글 전개하는 법도 다양하게 설명되어 있다. 기능적인 측면까지 고려해서 쓴 글이다. 하지만 나는 두 대통령의 삶의 철학과 태도를 더 많이 배우고 싶어졌다. 그렇게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됐다. 나를 위해 하신 말씀이 아니지만, 이 연설문은 적어서 벽에 붙여 놓고 싶다. 글쓰기로 마음먹고 나니 삶의 마음가짐도 달라진다. 와우. 글을 써야하는 이유 하나 더 추가! 

금년은 고생해야 합니다. 금년에 고생하지 않으면 10년을 고생하고, 금년에 고생하면 내년에 잘됩니다” (19985월 <국민과의 대화> 中)

ps) 이 글을 쓰는 내내 내 앞 좌석에서 "수학 과외"가 이뤄지고 있었다. 그런데 들리는 말이 " 이거야, 알겠지? 알겠어? 이런 거잖아. 그렇지? " 선생님이 묻고 선생님이 답한다. 잠시 선생님이 화장실에 갔다. 학생이 한숨을 푹 쉬더니 연필을 필통에 처박아 넣는다. 문득 내 글이 그런 것 아닌가 싶었다. 너무 오래 나도 "선생처럼" 살아온 것 같아 반성하게 됐다. 배울 것이 있어 즐겁고, 가르쳐 주는 이가 있어 감사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