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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mic Soul Food -외노자의 서재

오레오와 함께 이기는 글을 써라(feat. 하버드 교육법)

지나칠 수 없는 단어 하버드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 “하버드”를 검색해봤다. 무려 12,000여 권이 나온다. 내가 이 중 몇 권을 읽었는지 알 수 없어도, 분명한 건. 서점에서 발견했다면 한 번은 서서 훑어봤을 거다. 나 역시 하버드는 그냥 지나치기엔 뒷덜미가 땡기는 단어다. 그러던 어느 날, 보스턴에 가게 됐다. 때마침 <하버드 새벽 4시 반>을 읽던 중이라 부쩍 기대되는 방문이었다. “! 진짜 학구열이 그렇게 대단한지 가서 봐야지!” 보스턴에 가면 공항에서부터 하버드대 투어 브로셔가 눈에 띈다. 재학생들이 직접 학교 구석 구석을 소개해주고 설명해주며, 자신의 입학 과정과 학교생활도 공유하니 투어는 인기 만점이다. 특히 존 하버드 동상 신발 만지기는 빼놓을 수 없는 투어의 백미!  3대 중 한 명은 반드시 하버드에 간다는 말에 모두 줄을 서서 신발을 만진다.

하버드에서 하버드 관련 책 보기 후훗. ( 참고로 바지 입었습니다 >.<)

누구나 들어봤지만, 다음 생에도 쉽사리 입학을 기약할 수 없는 그런 대학. 미국 대통령 8명과 노벨상 75명을 배출한 곳. 우리는 너무도 그 안이 궁금하다. 입학 과정은 어떻지? 무슨 교육을 받을까? 그런데 한 번도 학교의 교육이념 같은 걸 들은 기억이 없다. 오늘 비로소 알게 됐다. 설득력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 이란다. 이를 위해 하버드 대학은 글쓰기 교육에 온 힘을 쏟는다. 하버드 출신들이 꼽은 최고의 수업이 “ 글쓰기 수업” 이었다는 결과를 봐도 그 효과가 사회에서 막강한 힘이 되어준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런 하버드 글쓰기에 관한 책이니, 안 읽어 볼 수 없지!

<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 - 송숙희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

글은 쉽게 쓰는 것입니다150년 하버드 글쓰기 수업을 정리한 단 하나의 공식SNS부터 보고서까지, 어떤 글이든 이 공식대로만 쓰면 끝!미국인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자 싱클레어 루이스. 그가 하버드에서 가장 중요하게 배운 것은 무엇일까?하버드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이용규 목사,...

www.yes24.com

 

하버드생이 4년 내내 배우는 글쓰기 수업을 1시간 만에 익힌다는 솔깃한 문구가 나를 사로잡는다. 읽기 쉽고 빠르게 책장이 넘어가는 책이다. 하지만 읽는 내내 하버드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책 내용이 너무 하버드와 연관이 없어 보였다. 하버드는 에세이를 중시한다. 5단계로 쓴다. 모두가 열심히 써 학기 동안 쓴 글의 양이 50kg이다. 글쓰기의 중요성이 아닌 방법/ 훈련법은 작가가 설명한 O-R-E-O로 대동단결이다. 그래. 정말 하버드 교육이 이것 하나로 설명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송숙희 작가의 글쓰기 비법에 하버드라는 향신료를 조금 첨가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조금 더 알려주시지. 그러니 나처럼 하버드에 꽃힌 사람은 조금 실망할 수 있다. 분명 배울 점은 있다. 나는 송숙희 작가의 ‘이기는 글쓰기’ 3가지 팁을 소개하고자 한다. ( 책 제목을 이렇게 바꾸는 게 어떨까 )

 

1.     이기적인 사람. 아니 글은 피하자

독자.독자.독자.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독자다. 사람만 이기적인 게 아니다. 글도 이기적일 수 있다. 바로, 독자 입장에서 말도 안 되고 읽히지도 않는 글이다. 그럼 반대로 읽히고 이해도 되는 글 뭐라 할까? 바로 “이기는 글쓰기” 라 저자는 표현한다. 글을 쓰려고 마음먹을 순간, 제일 먼저 누구에게쓰는 글인지 생각해보라. 그가 왜 그래야 하는지 묻기 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그래서 어쩌라고 묻기 전에 설명하는 것이 이기는 글쓰기”. 독자를 위한 글쓰기의 기본이다. 훌륭한 글은 몰라도 적어도 이기적인 글은 쓰지 말자. 사람도 글도 사랑받기 어렵다.

마음껏 드세요. 글이 먹으면 0 칼로리 :P 

2.     OREO를 맛있게 먹자 – 하버드 논리적인 글쓰기의 핵심

글은 하나의 주제를 담고 있어야 한다. 핵심의견을 정했는가? 그렇다면 OREO를 먹으며 글을 써보자. (당신만 먹지 말고 글에도 나눠줘라. )

  • O – Opinion (의견 제시하기) : 핵심 의견을 주장한다 . ~하려면 ~해라
  • R – Reason (이유 대기) : 이유와 근거로 주장을 증명한다. 왜냐하면 ~이기 때문이다
  • E – Example (사례 들기) : 사례와 예시로 거듭 증명한다. 예를 들면 xxx
  • O – Opinion / Offer (의견 강조하기 또는 제안하기 ) : 핵심 의견을 강조하고 방법을 제안한다. 그러니 ~ 하라.

잠깐, 핵심의견을 정하지 못했다고? 그렇다면 먹던 오레오는 뱉어내야 한다.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 우리는 누구에게 무엇을 왜 말하는지. 이를 통해 어떤 반응을 요구할지 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주제문의 핵심이다. 만약 떠오르는 생각이 없다면 지금처럼 What if, 만약 ~라면. 이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낼 때 흔히 하는 질문이다.  

왜 같은 내용을 말해도 잘 먹히는 사람이 따로 있을까? “
만일 단어 사용법을 잘 알게 되면 소통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  

 

그리고 OREO를 다시 먹자

O : 말과 글이 잘 통하게 하려면 단어 사용법을 익혀라
R : 왜냐하면 사람들은 사실보다 단어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 말은 노벨상을 탄 00이 말했다
E: 2017년에 발생한 살충제 계란파동도 단어 선택과 사용이 문제였다
O :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단어 사용법을 익혀라     ( 260쪽 예)

이렇게 전체 글의 골자를 잡고 글을 쓴다. 오레오맵 단계마다 정리한 한 문장이 한 단락의 주제 글이 된다. 각 단락에서 뒷받침하는 세부 내용을 서술하며 내용을 보충하여 짜임새를 높인다. 그리고 오레오 시작 전에 도입부를 얹으면, 하버드의 글쓰기, 5단계 (5문단) 에세이가 완성된다. 참 쉽죠잉? (보기엔 그렇다 ) 

3.     제목과 타임라인이 생명

 

17년간 블로그 빵굽는타자기를 통해 돈이 되는 글쓰기를 강의해 온 그녀의 진가는 이 부분에서 빛을 발한다. 내가 참여하는 씽큐베이션 <잘 팔리는 글쓰기>와 그 견해가 상당히 맞닿아 있다. 가장 중요한 2가지를 소개한다.

 

1)    제목 맛집 – 헤드라인 쇼퍼를 잡아라

제목은 모든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나는 당신이 지금 이 글을 읽게 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짰다. 당신의 선택을 받는 첫 단계를 통과하지 못하면 내 글은 당신과 영원히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제목 맛집을 만들 수 있을까? 저자가 분석한 맛깔나는 제목은 15자 이내로 쓰인 4가지 유형이다. 오레오맵 1단계 핵심 의견 자체가 있는 것 ( 보고가 똑똑해야 집에 빨리 간다), ,어째서, 이유와 근거를 포함한 것 (글 잘 쓰는 사람이 연애도 잘하는 이유는? ), 사례, 사연, 스토리가 담긴 것(백종원이 들려주는 식당 창업 이야기) , ~하는 방법처럼 행동 제안을 담는 법( 김제동식 말하기 비법 7가지) 가 있다. 제목이 떠오르지 않을 때, 요리조리 살펴보고 적용해 보자.  

 

친한 방송작가분이 알려주신 팁 중 언급되지 않는 부분도 더해본다. 우선 글 쓰고 제목 정한다. 제목 5개 이상 써본다. 구체적인 단어를 포함하자 ( 치킨집처럼 듣는 순간 분명히 떠오르는 단어 ). 그리고 역시. 검색어 유입이 용이한 단어를 넣어보라고 한다. 떡상한 그분의 글에는 "코스트코" 라는 단어가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제목은 뭘 해야 할지. 이렇게 잘 쓰라고 적으면서 내 머리 속은 백지인 건 오늘내일 일은 아니지만.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날이다.

 

2)    밀당(밀고 당기기)의 핵심 – 타이밍

글쓰기는 독자에게 말을 거는 행위다. 뇌 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이 발견한 내용을 토대로 볼 때, 독자가 내 글에 허락한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시간을 멈춰서라도 당신을 붙잡을테요! 

 

기회는 보자마자 단 한 번이다. 쓱~ 보고 쓱~ 가면 망한 글이다. 0.3초 안에 제목에서 독자를 잡아야 한다. 가까스로 선택을 받아도 4.4, 특정 웹 페이지에 머무는 평균 시간 동안 관심을 붙잡아 두어야 한다. 그렇게 도입부에서 본문을 읽을 수 있도록 매력발산을 해야 한다. 4.4 초의 벽을 지나면 OREO, 잘 짜인 글로 내가 원하는 반응을 끌어내야 한다. 총 읽는 시간은 3( 180)를 넘겨서는 안 된다. 어떻게 3분을 잡아 둘 것인가? 구글 연구진의 말에 의하면 사람들의 집중력이 8초라고 한다. 그러니 180초 동안, 8초마다 관심을 뺏기지 않게 글을 써야 한다.

 

0.3 – 4.4 – 180초 . 그리고 8초. 이 문단은 이 내용을 설명하다 독자를 다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내 느낌일 뿐일까. 내 실력이 모자라 잘 담을 수 없었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도움이 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퇴고할 때 이 숫자들을 기억하며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밍밍한 곳엔 재미를 더하고, 너무 긴 글이라면 3분을 위해 줄여보자. (내 글은 이미 넘었다. 역시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참 어렵다만 조금이라도 내용을 전해주고자 하는 마음에 그런 것이니, 조금만 같이 힘을 내주길 바란다)


그래서 난 지금, 뭘 해야 할까?

 

글은 무조건 쓰면서 배운다. 독자를 생각하여 주제를 정하자. 논리적으로 근거와 이유로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설명하여 설득력을 높이자. 제목과 타임라인에 신경 써 독자와 흥미로운 밀당을 하자.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글쓰기를 평범한 습관”으로 만들어 내 일상에 녹여야 한다. 하버드 대학이 글쓰기에 힘을 쏟는 이유가 중요하다. 글쓰기 자체가 아닌! 어찌 보면 세상 모든 면이 내 생각, 의견을 상대에게 잘 전달하고 설득하는 일이라 생각된다. 이력서, 물건 판매, 연애는 어떠한가? 내 고매한 사상도 설득력을 갖추면 나의 통찰로 여겨진다. 책에서 말한 OREO는 중학생도 다 알 법한 내용이다. 어쩌면 그 정도도 못 하는 글과 생각이 정말 많구나. 나를 돌아보게 된다. 기본에 충실한 건 언제나 옳은 시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은 소장각으로 자신 있게 추천하진 못하겠다. 앞에서 살펴본 글쓰기 관련 책 < 대통령의 글쓰기>,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 비해 너무 가볍게 느껴졌다. 어쩌면 내 취향이 변했을 수도 있다. 내가 담을 이야기의 무게가 무거워졌을 수도 있다. OREO 블로그 광고 모음집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래 전부터 송숙희 작가 팬이었기에 실망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책 뒷 부분에 나오는 송숙희 작가의 꿀팁들은 읽어보길 권한다 (특히 인용편!). 하지만 진지하게 글에 욕심이 있고 수련 중이라면 앞 두 권 <대통령의 글쓰기>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소장하며 재독하길 권한다.

이제 11 서평을 한 지 4개월 째에 접어들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일상에 녹여 글을 쓰려는 마음을 먹지 않았다. 누군가 30일간 매일 글쓰기 챌린지를 한다고 해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지금 내 상황에 무리가 될 것 같았고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기 전에 질려버릴까 걱정이 됐다. 글쓰기가 목적이 아닌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설득력을 높이는 법"을 배우기 위해 내 생각을 바꿨다. 그런 내게 하버드 법대 교수 석지영 교수가 작은 팁을 전한다. 개인적으로 석지영 교수의 책 <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도 재밌게 읽었던 터라 존경심을 담아 그분의 조언을 듣기로 했다.

 

매일 글을 쓴다. 1.5 페이지만! , 절대 하루도 거르지 않기. (10월 20일 부터 1일이다. 함께 하실 분 손?!!! )